초기 투자 자리에서 SAFE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기업가치를 정하지 않고 먼저 자금을 받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따라붙었는데, 지금은 법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
벤처투자법이 유형으로 정했다
SAFE에는 법에 정해진 이름이 따로 있다. 벤처투자법 제2조 제1호 라목의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이다. 2020년 8월 12일 시행으로 법정 투자유형이 됐다.
조문은 두 가지 특징만 적어두었다. 투자금액의 상환만기일이 없고, 이자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 두 문장이 정의의 전부다.
만기와 이자가 없다는 뜻
대출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갚을 날짜가 정해져 있지 않고, 이자 부담도 생기지 않는다. 회사 입장에서는 초기 현금 부담이 가볍다.
대신 나중에 지분으로 정산된다. 정산 조건이 계약의 실질이라, 조건이 비어 있으면 그때 다툰다.
기업가치 협상을 뒤로 미루는 도구이기도 하다. 초기에는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 매출이 쌓인 뒤에 값을 정하는 편이 서로 편하다. 그 시점을 계약서에 적어두면 더 낫다.
전환사채형은 다른 유형이다
같은 조문 마목에 따로 규정돼 있다. 조건부지분전환계약이라고 부르고, 무담보 전환사채 발행을 미리 약정하는 구조다.
이름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하나는 지분 인수, 다른 하나는 사채 전환이다. 계약서 제목부터 확인해야 한다.
부채로 잡히는지 자본으로 잡히는지도 갈린다. 재무제표 모양이 달라지고, 다음 라운드 실사에서 확인 대상이 된다. 발행 전에 회계 처리를 정리해두는 편이 낫다.
투자실적으로 인정되는 조건이 있다
투자자 쪽에도 확인할 조건이 하나 있다. 벤처투자법 시행령 제4조 제1호가 전문개인투자자 등록요건을 정한다. 계약 체결 후 투자금 납입일부터 6개월 이상 지나야 투자실적으로 인정된다.
시점 기준이 체결일이 아니라 납입일이다. 투자자 쪽 요건이지만 일정 설계에 영향을 준다.
회사도 같은 기록이 필요하다. 입금 내역과 계약서 날짜가 어긋나면 실사에서 설명할 일이 생긴다.
옛 지적은 시점이 다르다
발행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2018년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법에 유형이 들어오기 전 시점의 논의라, 지금과 전제가 다르다.
자료를 인용할 때는 시점을 밝히는 편이 낫다. 조문은 그 뒤에 생겼다. 다만 상법상 발행 절차는 여전히 별도로 따져야 한다.
전환 조건을 문장으로 정한다
후속 라운드가 열리면 어떤 가격으로 전환되는지가 핵심이다. 할인율이 적혀 있는지, 상한 기업가치가 함께 있는지 확인한다. 두 가지가 정산 결과를 좌우한다.
우선주로 전환되는지 보통주로 전환되는지도 정해둔다. 우선주라면 어떤 종류인지 적는다. 뒤에 오는 투자자와 조건이 맞물린다.
빈칸으로 남겨두면 뒤에서 문제가 된다. 전환 시점에는 이미 협상력이 달라져 있다.
후속 라운드가 없을 때를 정한다
전환의 계기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계약이 오래 떠 있게 된다. 일정 기간 뒤 자동 전환되는 문구와 전환 기준가를 함께 둘 수 있다.
매각이나 청산 상황도 남는다. 그때 얼마를 돌려주는지 문장으로 적어두고, 여러 건을 발행했다면 순서도 정리한다. 나중에 주주명부가 복잡해지는 것을 막아준다.
정리하면
SAFE는 벤처투자법상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이다. 상환만기일과 이자가 없는 계약으로 정의돼 있다. 전환 조건과 전환이 없을 때의 처리를 적어두면 나중에 다툴 일이 줄어든다.
관련 자료
투자유치·IR 실무 전체 목차 (20편 공개)
- 1화시드, 프리A, 시리즈A는 법에 없는 말입니다
- 2화투자자마다 근거로 삼는 법이 다릅니다
- 3화2026년 7월, 투자계약서가 두 개로 갈라졌습니다
- 4화상장하겠다는 약속이 의무에서 노력으로 바뀌었다
- 5화풀래칫이 사라진 자리에 가중평균이 들어왔다
- 6화사전동의권, 전원 동의에서 라운드별 동의로
- 7화상환우선주를 상환하려면 이익이 먼저 있어야 한다
- 8화SAFE는 이제 법에 이름이 있는 계약이다
- 9화주주간계약을 어겨도 주주총회 결의는 그대로다
- 10화값을 안 적으면 팔라고 할 수 없다
- 11화청산우선권은 생각만큼 강하지 않다
- 12화이사가 되는 순간 경업금지가 따라온다
- 13화스톡옵션 한도, 상장사는 20퍼센트가 아니다
- 14화벤처확인은 3년 안에 받아야 값이 있다
- 15화모기업 지분이 절반을 넘으면 투자가 막힌다
- 16화실사는 서류가 아니라 일정 싸움이다
- 17화세쿼이아가 말하는 열 장
- 18화정부 사업계획서를 그대로 내면 안 되는 이유
- 19화CAC와 LTV는 이렇게 센다
- 20화데모데이 15분보다 그다음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