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 자리에서 프리A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상대 심사역도 자연스럽게 받아준다. 그런데 이 단어는 법령 어디에도 없고, 서류로 넘어가면 다른 기준이 나온다.
단계 이름은 관행 용어다
시드와 프리A, 시리즈A는 업계에서 굳어진 표현이다. 법령에도 정부 통계에도 정의가 없다. 정해진 금액 구간도, 지분율 기준도 없다.
이름이 없다는 것보다, 이름만으로는 자격이 생기지 않는다는 쪽이 문제다. 지원사업도 조합 투자도 각자 다른 기준을 쓴다.
정부는 업력으로 나눈다
기준은 창업 후 경과연수다. e나라지표는 창업기업을 창업 후 7년 이내로 본다. 7년이 지나면 창업기업이 아니고, 라운드를 몇 번 돌았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시리즈A를 받았어도 업력이 넘으면 제외되고, 첫 투자를 받는 회사도 기준은 똑같다. 결국 나이만 세는 셈이다.
7년이라는 선은 생각보다 자주 등장한다. 창업 지원사업 공고에서도, 조합 검토 단계에서도 같은 숫자가 나온다.
조합에는 투자의무 구간이 있다
조합이 아무 데나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벤처투자법 시행령 제35조가 구간을 정해두었다. 조합은 창업기업과 벤처기업에 40퍼센트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초기창업기업에는 20퍼센트 이상이다.
이 숫자는 창업자가 아니라 조합이 지켜야 할 의무다. 그래서 조합은 의무 구간을 채울 기업을 먼저 찾는다. 우리가 그 구간에 들어가는지가 실제 변수이고, 라운드 이름은 여기서도 쓰이지 않는다.
같은 회사라도 조합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어떤 조합에는 의무 대상이 되고, 어떤 조합에는 아니다. 상대가 운용하는 조합이 언제 결성됐는지도 함께 확인해두면 좋다.
통계도 업력으로 잡힌다
중기부가 2026년 상반기에 발표한 수치가 있다. 업력 3년 이내 초기기업 투자는 1조 8,282억원이다. 단계별 집계는 함께 나오지 않는다.
정부 자료에서 시드나 시리즈A라는 항목은 찾기 어렵다. 집계 단위가 업력이기 때문이다. 관행 용어와 공식 통계가 어긋나는 지점이다. 자료를 인용할 때는 이 차이를 밝혀두는 편이 낫다.
서류에는 업력을 적는다
지원사업 신청서도, 조합 검토서도 마찬가지다. 라운드 이름을 적는 칸은 대체로 없고 법인등기부의 설립일이 기준이 된다.
창업 시점 판단이 흔들리는 경우도 있다. 분사나 법인 전환을 거친 기업이 그렇다. 설립일과 사업개시일이 다르면 미리 맞춰둬야 한다. 사내벤처에서 나온 팀은 특히 그렇다.
확인 방법 자체는 단순하다. 등기부의 회사성립연월일을 보고, 7년과 3년 두 선에서 어디쯤인지 표시해두면 된다.
이름은 기대치를 만든다
라운드 이름이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통용되는 공통어다. 시리즈A라고 하면 어느 정도 규모를 떠올린다.
상대가 먼저 라운드 이름을 물어오는 자리도 있다. 그때 업력과 금액을 붙여 답하면 오해가 줄어든다.
문제는 그 기대치가 실제와 어긋날 때다. 우리 업력과 매출, 이번에 받으려는 금액을 먼저 말하는 편이 낫다. 라운드 이름은 그다음에 붙여도 늦지 않다.
협상 테이블에서 볼 것
상대가 어느 자금으로 들어오는지부터 묻는다. 조합마다 투자의무 구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업력이 그 구간에 맞으면 검토가 빨라질 수 있다.
심사와 계약은 결국 업력과 법정 요건으로 움직인다. 두 언어를 같이 쓸 줄 알아야 하고, 자료에는 업력을 먼저 적어두는 편이 낫다.
정리하면
시드나 시리즈A는 법에 없는 관행 용어다. 정부와 조합은 업력으로 기업을 나눈다. 우리 업력이 어느 구간인지 알고 들어가면 대화가 훨씬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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