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벤처 제도를 설계할 때 다른 회사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진다. 언론에 공개된 국내 사례를 모아봤다. 규모보다 설계가 다르다.
다섯 회사, 다섯 방식
삼성전자 C랩 — 2012년에 시작했다. 2026년 6월 기준 누적 1,000개를 육성했다. 사내벤처인 C랩 인사이드가 434개, 외부 스타트업 대상인 아웃사이드가 566개다. 아웃사이드는 최대 1억원을 지원하되 지분을 취득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 제로원 — 2026년 6월에 3개사를 분사시켰다. 누적 44개사가 됐다. 기업당 최대 3억원을 지원하고, 분사 후 3년 안에 재입사할 수 있게 했다.
LG전자 스튜디오341 — 2023년에 출범했다. 2026년 4월 4개 팀의 스핀오프가 확정됐다. 경쟁률은 약 12대 1이었다. 팀당 최대 4억원을 투입한다.
포스코 포벤처스 — 2019년 시작 후 5년간 아이디어 216건을 받았다. 29개 팀을 선발했고 그중 17개 팀이 창업했다. 육성 기간에 급여와 복리후생을 유지하고 최대 3년의 창업휴직을 둔다.
HD현대 드림큐브 — 2023년에 시작해 팀당 1억 5천만원을 보장한다.
숫자에서 읽히는 것
포스코 사례의 흐름이 특히 참고가 된다. 아이디어 216건에서 팀 29개, 창업 17개다.
접수된 아이디어의 13퍼센트가 팀이 되고, 그중 절반 남짓이 창업까지 갔다. 이 비율을 알고 시작하면 첫해 목표를 현실적으로 잡을 수 있다.
100건을 받아 20개 팀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대개 무리다.
공통점 세 가지
첫째, 실패했을 때의 자리를 먼저 정해뒀다. 포스코는 창업휴직, 현대차는 재입사 기한을 문서로 두고 있다.
둘째, 금액이 팀당 1억원에서 4억원 사이에 몰려 있다. 정부 지원과 별개로 자체 재원을 쓴다.
셋째, 오래 했다. 삼성은 2012년, 포스코는 2019년, 현대차와 LG도 몇 년째다. 1~2년 하고 접은 프로그램은 사례로 남지 않는다.
규모를 따라 하지 않아도 된다
팀당 4억원은 대기업이라 가능한 숫자다. 중견기업이 그대로 따라 하면 첫해에 예산이 끊긴다.
따라 할 것은 금액이 아니라 구조다. 복귀 조건을 문서로 두는 일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선발 비율을 현실적으로 잡는 일도, 몇 년을 이어갈지 정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작게 시작해 오래 하는 쪽이 크게 시작해 2년 만에 접는 쪽보다 낫다. 사례가 남고, 그 사례가 다음 기수를 부른다.
우리 회사에 맞는 규모 찾기
사례를 볼 때 금액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대개 금액이 아니다.
우리 회사 근로자가 몇 명인지, 신사업 예산이 얼마인지에 따라 현실적인 규모가 정해진다. 팀당 3천만원으로 두 팀을 시작해도 사내벤처는 사내벤처다.
시작 전에 정할 한 가지
몇 년을 할 것인지 처음에 정해두는 편이 낫다. 3년이면 3년이라고 정하고 그동안은 성과가 안 나와도 이어간다.
1년 해보고 판단하겠다고 하면 첫 기수가 그걸 안다. 그러면 좋은 사람이 지원하지 않는다.
사례를 찾는 방법
다른 회사 사례를 볼 때는 언론 보도를 기준으로 삼는 편이 정확하다. 회사 홍보 자료는 성공 사례만 남기기 때문이다.
분사 기업 수와 선발 인원, 지원 금액은 보도에 자주 나온다. 반면 중단된 팀의 수는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그 숫자가 빠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사례는 참고일 뿐 정답이 아니다. 회사마다 조건이 다르다. 우리 회사 규모에서 몇 년을 이어갈 수 있는지가 실제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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