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벤처 제도를 발표하고 공모를 연다. 그런데 지원 건수가 한 자릿수다. 담당자는 우리 회사에 도전 정신이 없다고 결론 내린다.
대개는 계산의 결과다
직원 입장에서 사내벤처 지원은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이다. 지금 자리와 평가, 승진 경로를 걸어야 한다.
그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는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계산이 안 맞아서다.
실력 있는 직원일수록 더 그렇다. 잃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정작 회사가 원하는 사람이 먼저 빠진다.
확인해야 할 네 가지
돌아올 자리가 있는가.
실패했을 때 복귀가 보장되는지 문서에 있어야 한다. 기한이 언제까지인지도 적혀 있어야 한다. 구두 약속으로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급여는 어떻게 되는가. 육성 기간에 급여가 유지되는지, 줄어드는지, 없어지는지. 생계가 걸린 문제라 가장 먼저 확인한다.
평가에서 불이익이 없는가. 사내벤처에 가 있는 동안 인사평가가 어떻게 되는지. 공백으로 처리되면 승진에서 밀린다.
성공하면 무엇을 얻는가. 분사법인의 지분을 받는지, 얼마나 받는지. 이게 없으면 회사 일을 대신하는 구조로 읽힌다.
실제 사례가 참고가 된다
언론에 공개된 대기업 사례들이 이 지점을 어떻게 다루는지 볼 만하다.
포스코는 육성 기간에 급여와 복리후생을 유지한다. 최대 3년의 창업휴직을 두어 실패 시 복귀도 보장한다. 현대차그룹은 분사 후 3년 안에 재입사할 수 있게 했다.
공통점이 있다. 실패했을 때의 자리를 먼저 정해뒀다는 것이다.
첫 기수는 숫자보다 사례가 중요하다
지원자가 적으면 기준을 낮춰서라도 인원을 채우고 싶어진다. 그런데 첫 기수가 어떻게 되는지를 회사 전체가 본다.
첫 기수가 잘 안 풀리고 그 사람들이 조용히 사라지면 다음 공모는 더 어려워진다. 반대로 한 팀이라도 제대로 굴러가면 다음 해에는 알아서 모인다.
적은 인원으로 시작해 사례를 만드는 편이 낫다. 숫자를 채우는 일보다 그쪽이 결국 빠르다.
사내 공모 전에 해볼 것
공고를 붙이기 전에 사내에서 몇 사람에게 먼저 물어보는 방법이 있다. 관심 있을 만한 사람 다섯 명 정도면 된다.
“이런 제도가 생기면 지원하겠는가”를 묻고, 아니라면 무엇이 걸리는지 듣는다. 그 자리에서 나오는 답이 제도의 빈 곳이다.
공고를 붙인 뒤에 알게 되면 이미 늦다. 한 번 실패한 공모는 다시 열기 어렵다.
아이디어가 아니라 사람을 본다
공모에서 아이디어만 평가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뽑힌다. 그런데 사내벤처에서 오래 버티는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사람이다.
이미 무언가를 시도해본 적이 있는지, 팀을 꾸릴 수 있는지를 함께 본다. 아이디어는 대개 도중에 바뀐다.
첫 공모의 문구
공고문에 무엇을 적는지도 지원율을 가른다. “도전하는 인재를 찾습니다” 같은 문장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받을 것과 감수할 것을 나란히 적는 편이 낫다. 지원금은 얼마이고, 급여는 어떻게 되고, 실패하면 어디로 돌아오는지를 숫자로 적는다.
읽는 사람이 계산할 수 있게 해주면 계산이 맞는 사람이 온다.
지원자가 적다는 것은 제도가 아직 계산이 안 맞는다는 신호다. 사람을 탓하기 전에 조건을 다시 본다.
정리하면
지원자가 없는 것은 도전 정신의 문제가 아니라 계산의 결과다. 돌아올 자리, 급여, 평가, 보상 네 가지가 답이 돼 있어야 한다.
첫 기수는 숫자를 채우기보다 사례를 만드는 쪽이 낫다. 한 팀이라도 제대로 굴러가면 다음 해에는 알아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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