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를 알아보다 보면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이 뒤섞여 나온다. 둘 다 돈을 넣고 지분을 가져간다. 그런데 법이 정해둔 자리가 서로 다르다.
액셀러레이터는 법에 있는 이름이다
정식 명칭은 창업기획자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 등록 제도를 두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해야 이 이름을 쓸 수 있다.
등록 요건은 크게 셋이다. 회사라면 자본금이 1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상근 전문인력을 2명 이상 두어야 한다. 초기창업기업을 위한 보육 공간도 갖춰야 한다.
전문인력 자격은 생각보다 넓다. 변호사나 회계사, 이공계·경상계 박사도 되고 투자심사 경력자도 된다. 50시간 이상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도 인정된다.
보육이 의무로 붙어 있다
같은 법이 전문보육을 의무로 정한다. 사업모델 개발과 기술·제품 개발을 도와야 한다. 시설과 장소 확보도 지원 범위에 들어간다.
돈만 넣고 빠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점이 벤처캐피탈과 갈리는 첫 번째 지점이다.
투자 대상도 정해져 있다. 전체 투자금액의 40퍼센트 이상을 초기창업기업에 써야 한다. 이 의무를 채워야 하는 기한은 2025년 개정으로 3년에서 5년이 됐다.
그래서 실제로 무엇이 다른가
벤처캐피탈은 대체로 뒤 단계를 본다. 매출과 지표가 어느 정도 쌓인 회사를 찾는다. 액셀러레이터는 그보다 앞, 아직 증명할 숫자가 적은 구간을 맡는다.
같은 1억원이라도 무게가 다르다. VC의 1억원은 여러 라운드 중 하나인 경우가 많다. 액셀러레이터의 1억원은 첫 외부 자금인 경우가 많다.
돈 이후에 남는 것도 다르다. VC는 지분을 들고 다음 라운드를 기다린다. 액셀러레이터는 그 기간에 회사와 붙어 무언가를 같이 만든다.
어느 쪽 문을 먼저 두드려야 하나
업력이 짧고 아직 투자 이력이 없다면 답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법이 이 구간을 액셀러레이터가 맡도록 설계해 뒀기 때문이다.
VC에 먼저 갔다가 “조금 이르다”는 말을 듣고 돌아오는 팀이 많다. 시간을 아끼려면 순서를 먼저 보는 편이 낫다.
다만 등록되어 있다고 다 같은 곳은 아니다. 어디가 진짜 우리를 도울 수 있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그 방법은 다음 편에서 이어간다.
회수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초기 투자는 돈이 묶이는 기간이 길다. 회사가 자리를 잡기까지 몇 년이 걸린다.
액셀러레이터는 그 긴 구간을 견뎌야 하는 자리에 있다. 그래서 투자만으로 회사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 사정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3편에서 따로 다룬다.
만나기 전에 정리해둘 것
지금 우리 회사가 어느 구간에 있는지 한 줄로 적어본다. 매출이 있는가, 사용자가 있는가, 아직 제품이 없는가.
여기에 답이 명확하면 어느 쪽을 만날지도 정해진다. 제품이 아직 없다면 VC 미팅은 대체로 이르다.
첫 외부 자금을 받는 자리라면 액셀러레이터가 맞다. 이미 매출이 나고 다음 단계를 키우는 자리라면 VC 쪽이 맞다.
둘을 동시에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같은 자료로 두 곳을 상대하면 양쪽 다 어긋난다. 보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줄로 정리하면
액셀러레이터는 법이 초기 구간을 맡긴 자리다. 돈과 보육이 함께 온다.
벤처캐피탈은 그다음 구간을 본다. 돈이 중심이고 규모가 크다.
우리 회사가 지금 어느 구간인지만 알면 어디를 먼저 만날지는 어렵지 않게 정해진다.
관련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