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서울에서 오픈이노베이션 파트너스 데이가 열렸다. SK에코플랜트와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12개 기업이 참여했다. 공통 메시지는 하나로 모였다.
PoC에서 끝내지 않겠다는 말이 반복해서 나왔다
여러 기업이 실증에서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공동 연구개발과 현장 확대 적용, 투자, 글로벌 현장 연계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DB그룹은 실제 현업 적용을 전제로 한 협업을 내걸었다. 이런 문장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나온 것은 의미가 있다.
뒤집어 보면 지금까지 그렇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실증까지 갔다가 멈추는 일이 그만큼 흔했다.
이 흐름이 나온 배경도 함께 봐야 한다
기업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아니다. 몇 해 동안 실증 건수는 쌓였는데 내부에서 성과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담당 부서 입장에서도 보고할 결과가 필요했다. 실증 성공보다 도입 실적이 설명하기 쉽다. 사업화까지 가겠다는 선언은 그 압력의 결과에 가깝다.
협업이 멈추는 지점은 대개 기술이 아니다
PoC가 끝나면 결과 보고서가 나온다. 기술이 작동했다는 확인까지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구매 부서와 법무, 정보보호 부서가 새로 등장한다. 협력업체 등록과 단가 심의, 보안 진단이 줄지어 붙는다. 기술 담당자 혼자서는 통과시킬 수 없는 구간이다.
지원사업의 자금도 이 구간에서 끊긴다
정부 지원사업의 자금은 대개 기술검증과 시제품, 실증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본계약 이후는 지원 범위 밖이다.
협업 기간이 끝나면 예산도 함께 끝난다. 그 시점에 내부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이면 동력이 빠진다. 담당자가 인사이동으로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한다.
담당자 한 명에게 기대는 구조가 가장 위험하다
협업 초기에는 대개 한 사람과 소통한다. 그 담당자가 열심이면 일이 빠르게 진행된다.
그러나 그 사람이 자리를 옮기면 관계가 끊긴다. 후임에게 인수인계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 협업 기록이 개인 메일함에만 남아 있으면 복구할 방법이 없다.
중간중간 공식 문서를 남겨두는 편이 낫다. 회의록과 중간 보고서가 다음 담당자에게 넘어갈 유일한 통로다.
시작할 때 종료 조건을 적어두는 편이 낫다
실무에서 쓰는 방법은 단순하다. PoC 계약서에 성공 기준을 숫자로 넣는 것이다.
무엇이 어느 수준으로 나오면 다음 단계를 검토하는지 미리 적는다. 검토 시한도 함께 넣어두면 좋다. 법적 구속력이 없더라도 내부 보고에서 근거로 쓰인다.
동시에 구매 부서를 초반에 한 번 만나두는 편이 낫다. 등록 요건을 알면 실증 기간 중에 서류를 준비할 수 있다.
우리 쪽 준비 부족으로 멈추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환이 안 되는 책임이 늘 대기업에 있지는 않다. 실증은 통과했는데 양산 대응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수량이 늘었을 때 공급할 수 있는지, 품질 문제가 생기면 누가 대응하는지가 곧바로 질문으로 돌아온다. 인증이 필요한 품목이면 그 준비 기간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실증 단계에서 이 부분을 함께 준비한 팀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넘어간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전환이 쉽지 않다는 현실은 인정하고 시작하는 편이 낫다. 다만 흐름은 나쁘지 않다.
기업들이 사업화 실행력을 앞세우기 시작했고, 지역에서도 같은 방향의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이 구간을 넘긴 팀들이 쌓이면 다음 팀의 경로는 짧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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